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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은포역/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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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5회 작성일 2025-04-12 11:09: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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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포역/강은교

그날 부산역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지, 바람은 낮게 불고, 지붕들은 끊임없이 안개를 게워내고 있었어, 전광판들은 일회용 타이어처럼 반짝반짝 영혼의 불을 켜대고, 의자들은 목을 한껏 늘이고 있었다, 혜성약국, 은하커피숍, 발이 긴 에스컬레이터 걷고 또 걸어,

전광판 반짝이는 붉은 글씨 사이로 한 천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천사의 날개는 희고도 검었으며, 천사의 눈까풀은 검고도 붉었다, 천사의 심장은 붉고도 붉었다, 천사의 붉은 심장에 도착의 입구가 가파르게 매달렸다

사랑하는 네가 걸어 나오는 저 도착의 출구
사랑하는 네가 걸어 나오는 저 출발의 입구
도착은 아름다워
도착의 출발은 아름다워

나는 나아간다, 사랑하는 너를 찾아 출발의 입구로 나아간다, 레일을 붙들고, 인생은 기차 바퀴 위에서 가끔 길게 퍼져, 인생의 이불은 무지개 숨빛 혹은 5월 모란빛으로 너울거리고, 소망우체통엔 지상에서 가장 긴 편지 달랑거리고,

- 『바리연가집』(실천문학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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