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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 새벽/이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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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1회 작성일 2025-05-15 07:53: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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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병초

퍼런 애벌레가 꼬물꼬물 뒷몸을 앞몸으로 밀어내며 창호지에 획을 흘린다

풀섶을 서성이는 시냇물의 잠덧을 뽑아들고 점점 더 두꺼워지는 안개의 숨소리 너머 제 심장을 머리통에 뿜어 올린 맨드라미가 안개 속에 뒤범벅된 금승리 들판 깊숙이 휘어진 돌밭을 조용히 빠져나가는지 어쩌는지

식은땀에 젖은 몸을 벗어버리고 싶은 문창 틈 날빛 틈으로 벌레는 새어나가버리고 한줄로 적힌 물기 밴 글씨들이 흘림체로 새소리에 긁힌다

- 『까치독사』(창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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