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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복숭아밭에서 온 여자/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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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6회 작성일 2025-04-17 07:43:3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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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밭에서 온 여자/유홍준

 새벽열차가 복숭아밭을 지난다 단물 빠진 껌을 씹으며 여자 하나가 올라탄다 화사하다 싸구려 비닐구두를 구겨 신고 있다 털퍼덕, 허벅지 위에 비닐가방을 올려놓고 빨간 손끝으로 떽 떽 검은 풍선껌을 터뜨리고 있다 복숭아, 복숭아냄새가 난다 저 여자 이내 잠이 들어 군복 입은 사내 어깨에 머리를 처박는다 생면부지 사내의 어깨 빌려 멀고도 먼 꿈을 꾼다 새벽기차표를 끊을 때 군복 입은 사내 곁dps 젊은 여자를 앉히는 이상한 역무원이 있다 몸 섞지 않고도 부부가 되어 종점까지 가는 사람들이 있다 퉤, 껌을 뱉듯 아침이 온다 두루마리 비닐 같은 아침햇살이 복숭아밭을 덮는다 깨울 수도 없을 만치 깊이 잠든 싸구려 원피스 볼따구니에 밝고 환하고 고운 햇살 한 움큼이 어룽거리고 있다

- 『나는, 웃는다』(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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