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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남풍/이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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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5회 작성일 2025-04-12 13:54:0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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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풍(南風)/이건청

눈 오는 저녁, 새들이
상수리나무 빈 숲으로 사라지는 걸 보면,
상수리나무가 언 발을 녹이며 혹한을 견디면서도
날아 들어온 동박새 한 마리를 품어안으며
겨드랑이를 열어 잠자리를 내주는 걸 보면,
동박새 좁은 꿈을 흔들어 깨울까 봐
상수리나무가 칠흑의 추운 바람을
혼자 힘주어 견디고 있는 걸 보면,

 -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도서출판 세계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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