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밭에서/이건청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464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211
  • H
  • HOME

 

[이건청] 들깨 밭에서/이건청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12 13:53:25 댓글 0

본문

들깨 밭에서/이건청

내 어머니
가을 들깨 밭에 오셨네

'엄마' 때처럼,
새댁으로 불리던 연둣빛 날 데불고,
쪽진 머리 그대로 오셨네.

들깻잎 일렁이는 들깨 밭에 오셔서
늙어버린 아들, 보고 계시네

어머님,
지난 10월 23일
대전국립현충원에
재를 묻은 어머님 자식 하나,
만나셨겠지요?
양지쪽에서 여문 들깨처럼
보듬어 안으셨겠지요?

어머님 들깨 밭 복판에 서서
다 안다고, 걱정 말라고
끄덕이시는데,
어여 네 여생이나 챙기라고
손짓까지 해보이시는데,

밝고 곡진해진 이승의 들깨 향기가
가슴속까지 차오르는, 늦가을
들깨 밭 저쪽에
내 어머니 계시네.
'엄마' 때 모습 그대로
내 어머니 오셨네.

-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서정시학, 20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