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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전어/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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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8회 작성일 2025-04-06 15:12:0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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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이성복

네 생각나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

남해 비토리에서
손가락 두 개 포갠 크기의
너의 몸 회 뜨는 것을 보았다

네 모가지를 비스듬히 자르는 것은
조금이라도 버려지는 살이 아까워서였다
잘린 모가지엔 검은 피가 묻어 있지만
내장을 훑어낸 뱃대기는 창포묵처럼 투명하였다

인적 없는
바닷가 모텔에서,
입안에 녹아 흐르는 너의 살로
피로한 연애의 여흥을 돋우는 것을
모가지 잘리고서도 너는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 이성복, 『래여애반다라』(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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