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성복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465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212
  • H
  • HOME

 

[이성복] 바다/이성복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39회 작성일 2025-04-06 15:09:22 댓글 0

본문

바다/이성복

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
나는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

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 길을 갔어요

눈앞을 가린 소나무숲가에서
서러움이 숨고
한 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
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

짙푸른 물굽이를 등지고
흰 물거품 입에 물고
서러움이, 서러움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엎어지고 무너지면서도 내게 손 흔들었습니다

- 이성복, 『그 여름의 끝』(문학과지성사, 199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