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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규] 검은 고양이/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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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회 작성일 2025-06-30 16:00: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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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신철규

방문을 열어 둔 채로 침대에 눕는다

너는 잠시 내 곁에 머물다가 다시 멀어진다
물속을 걷듯 소리가 없다
충격과 소리를 흡수하는 말랑말랑한 발바닥

물속에서 걷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물고기가 물에 떠 있는 것은 우리가 걷는 것에 가까울까
가만히 서 있는 것에 가까울까

내가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나 너는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처럼

걸어 다니는 안개
새장 안의 물고기
한 자리에서 끊임없이 돌고 있는 무희

내 흐린 손을 내밀면
너는 무심하게 가만히 몸을 맡긴다
호박(琥珀)처럼 단단한 눈동자
밀폐된 너의 시선 속에 나는 없다

어두운 밤 방문을 닫고 침대에 누우면 너는 앞발로 문을 긁는다
맹렬하고 간절하게

열쇠가 없어서 계단에 앉아서 밤을 새운 적 있다
닫힌 문을 열어 줄 사람도 없는데
내 어깨를 두드려 줄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네가 떠나고 나는 다시 방문을 닫고 잔다
다 쓴 칠판을 지우듯
너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점점 다른 것들로 채워진다

안개 속의 종소리처럼
높낮이가 없는 울음소리가 좁은 방 안에 가득하다
발목만 남아 있는 침묵이 하얗게 번진다
봄눈처럼 희미하게 흩날린다

꿈의 문을 열고 나올 때마다 나는 발을 헛디디고
네가 있던 자리에 빛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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