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규] 샌드위치맨/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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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맨/신철규
그는 무심과 무관심 사이에 있다
그는 좀 더 투명해져야만 한다
그는 처음에 모자와 마스크로 변장을 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변장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입술을 지운다
그는 앞뒤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는 말과 말 사이에 갇혀 걷는다
말의 고삐에 꿰어 말의 채찍질을 받으며
그는 납작해진다
그는 양면이 인쇄된 종이가 된다
사람들이 그를 밟고 간다
그의 온몸은 발자국투성이다
어제는 피켓을 든 한 무리의 시위대와 함께 걸었다
그는 목소리가 없어 추방당했다
그는 앞뒤로 걸친 간판을 벗고
그늘에 앉는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낀 그늘
그림자와 그림자가 겹쳐 더욱 짙어지는 그늘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두툼한 줄 그제야 알아본다
-《문장웹진》(2013년 8월호) 중에서
그는 무심과 무관심 사이에 있다
그는 좀 더 투명해져야만 한다
그는 처음에 모자와 마스크로 변장을 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변장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입술을 지운다
그는 앞뒤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는 말과 말 사이에 갇혀 걷는다
말의 고삐에 꿰어 말의 채찍질을 받으며
그는 납작해진다
그는 양면이 인쇄된 종이가 된다
사람들이 그를 밟고 간다
그의 온몸은 발자국투성이다
어제는 피켓을 든 한 무리의 시위대와 함께 걸었다
그는 목소리가 없어 추방당했다
그는 앞뒤로 걸친 간판을 벗고
그늘에 앉는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낀 그늘
그림자와 그림자가 겹쳐 더욱 짙어지는 그늘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두툼한 줄 그제야 알아본다
-《문장웹진》(2013년 8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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