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맨발 3/송수권 > 사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1,042
어제
545
최대
3,544
전체
348,714
  • H
  • HOME

 

[송수권] 아내의 맨발 3/송수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5-30 17:37:17 댓글 0

본문

아내의 맨발 3/송수권
 ㅡ 갑골문

뜨거운 모래밭 구덩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몸체는 뒤집히고 짧은 앞 발바닥은 꺾여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 있었다

유난히 긴 두 발바닥이 슬퍼 보였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마취실을 향해
한밤 중 병실마다 불꺼진 사막을 지나
침대차는 굴러간다
얼굴엔 하얀 마스크를 쓰고 두 눈은 감긴 채
시트 밖으로 흘러 나온 맨발

아내의 발바닥에도 그때 본 갑골문자들이
수두룩하였다

-  『아내의 맨발』(고요아침, 20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