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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살구꽃이 돌아왔다​/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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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5-30 17:36: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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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이 돌아왔다​/송수권

살구꽃이 온 마을을 들쑤시는 볕 좋은 날
그 동네에 들러 문클문클 담을 넘어오는
골목길에서 코를 싸맨 적이 있었다. 시디시어진
묵은지 냄새가 전신을 마비시킬 만큼 얼얼했다

대한이 소한네 집에 시집가서 울고 왔다는
그해 정월 내내 눈 폭탄에 김칫독이 얼어 터졌다는
집도 여럿 있었고, 앞강물 쩡쩡 얼음 갈리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는 사내들도 여럿 있었다

살구꽃이 돌아오니 한밤중에도 온 마을이 비빔국수 묵은지
냄새로, 앞강물도 연분홍 물이 들어 채상놀이* 설레발을 친다
벌써부터 시디시어진 살구 열매를 삼키고 누운
입덧을 앓는다는 아낙들이 유독 많아진 봄이었다

* 채상놀이: 농악에서 채상벙거지를 쓰고 둘이 혹은 넷이 짝을 지어 상모끈을 휘두르는 놀이

- 『퉁』(서정시학,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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