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제사/송수권​ > 사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1,040
어제
545
최대
3,544
전체
348,712
  • H
  • HOME

 

[송수권] 풀꽃 제사/송수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7회 작성일 2025-05-30 17:35:18 댓글 0

본문

풀꽃 제사(祭祀)/송수권​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祭器들을 닦다 보면
나는 이름 모를 풀꽃들 가득 따 담고 싶어라
그 보리밭둑 위 서른 넘은 우리 순네 새로 죽어 무덤 짓고
어린 상주는 곡을 하고 절을 올리고
빨간 댕기머리 산새도 와서 울던 곳
그 가시내 참말로 죽어
祭器 속 풀꽃 골라 그녀 코끝에 문지르면
홰냥노루 암노루같이 벌떡 일어나
미친 듯 보리밭 고랑 숨어들어 내쏘치는 푸른 목소리…… 어지러운 곳……
지금도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祭器들을 닦다 보면
그녀 눈을 떠서 홰냥노루 암노루같이
먼 하늘 달빛 타고 내려오는 푸른 목소리……

​-  『아도』(창작과비평사, 198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