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 풀꽃 제사/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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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제사(祭祀)/송수권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祭器들을 닦다 보면
나는 이름 모를 풀꽃들 가득 따 담고 싶어라
그 보리밭둑 위 서른 넘은 우리 순네 새로 죽어 무덤 짓고
어린 상주는 곡을 하고 절을 올리고
빨간 댕기머리 산새도 와서 울던 곳
그 가시내 참말로 죽어
祭器 속 풀꽃 골라 그녀 코끝에 문지르면
홰냥노루 암노루같이 벌떡 일어나
미친 듯 보리밭 고랑 숨어들어 내쏘치는 푸른 목소리…… 어지러운 곳……
지금도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祭器들을 닦다 보면
그녀 눈을 떠서 홰냥노루 암노루같이
먼 하늘 달빛 타고 내려오는 푸른 목소리……
- 『아도』(창작과비평사, 1985)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祭器들을 닦다 보면
나는 이름 모를 풀꽃들 가득 따 담고 싶어라
그 보리밭둑 위 서른 넘은 우리 순네 새로 죽어 무덤 짓고
어린 상주는 곡을 하고 절을 올리고
빨간 댕기머리 산새도 와서 울던 곳
그 가시내 참말로 죽어
祭器 속 풀꽃 골라 그녀 코끝에 문지르면
홰냥노루 암노루같이 벌떡 일어나
미친 듯 보리밭 고랑 숨어들어 내쏘치는 푸른 목소리…… 어지러운 곳……
지금도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祭器들을 닦다 보면
그녀 눈을 떠서 홰냥노루 암노루같이
먼 하늘 달빛 타고 내려오는 푸른 목소리……
- 『아도』(창작과비평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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