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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강구항/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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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회 작성일 2025-05-11 07:53: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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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항/송경동

 오십천과 동해바다가 만나는 이 강안에 얼마나 많은 고기들이 살았는지 알어. 지금은 한 마리에 십오만 원씩 하는 뱀장어들이 우글우글해서 모래바닥을 갈쿠리로 찍기만 해도 한 두어 마리씩 걸려 올라오는 거야. 잡고 보면 늘 한 양동인데 다 못 먹고 버리기도 했지. 7월에 배를 타고 나가면 은어 떼들이 기름 냄새를 맡고 허옇게 배를 쫓아오는 거야. 양동이로 퍼올리면 그게 다 은어였지. 동네사람들은 선착장에서 두레박을 던져 퍼올렸어. 선착장이 온통 은빛이었어. 지금은 키로에 이삼만 원 하는 흑게도 지천이었어. 암놈 하나 잡으면 숫놈 열은 거저였다니까. 낚싯줄에 암놈을 매달아 저 다리 위에서 던지면 물이 얼마나 맑은지 숫놈들 올라타는 것이 보여. 간신히 떼어놓고 다시 던지면 또 올라타고. ​큭큭큭, 모래사장을 발로 밟기만 해도 주먹만한 조개들이 올라왔어. 지금은 없어서 못 먹어. 그것도 하나에 이삼만 원씩 하지. 저 등대 보이지. 저 밑이 해양박물관이었어. 작살 들고 들어가면 철따라 아나고 고등어 감성돔 놀래미 복어 오징어 영덕게 도루묵 광어 오만 물고기들이 다 있는데 도망도 안 가.
겁도 없이 사람 몸 쪼는 놈들이 있어 오래 있지 못했지. 자동차들 생기고 이것이 우럭인줄 알았지 뭐 이름이나 있었나. 저 황어는 동네 개들처럼 사시사철 강안에 있는 것들이라 잡지도 않았어.

 지금은 뱃일도 못해 물엣것 먹어보기 쉽잖다는 노인네. 돈 번다고 객지 공장 가지만 않았어도 이 바다 덕에 횟집이라도 하나 내었을 거라고 짭짤하게 말하는 노인네. 한참 말하고 나니 뱃거죽 말라붙는지 수평선처럼 염없이 서서 말을 잊은 노인네. 희뿌옇게 몰려오는 늦저녁 바다 서리처럼 아련한, 이 강안의, 퍼덕이던 세계는 이제 어디쯤에서 출렁이고 있는지. 노인 눈에 벙벙이 차오르던 저녁 밀물.

 - 『꿀잠』(도서출판 삶이보이는창,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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