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칠환] 은행나무 부부/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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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부부/반칠환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 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 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린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 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 되는 것도 이 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건 이들 때문이라 전한다
- 『전쟁광 보호구역』(지혜, 2012)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 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 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린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 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 되는 것도 이 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건 이들 때문이라 전한다
- 『전쟁광 보호구역』(지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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