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가족의 휴일/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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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휴일/박준
아버지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밀린 신문을 읽었고
나는 방에 틀어박혀
종로에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찌고 오후가 되자
어머니는 어디서
애호박을 가져와 썰었다
아버지를 따라나선
마을버스 차고지에는
내 신발처럼 닮은 물웅덩이
나는 기름띠로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번 주도 오후반이야" 말하던
누나 목소리 같은 낮달이
길 건너 정류장에 섰다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
아버지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밀린 신문을 읽었고
나는 방에 틀어박혀
종로에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찌고 오후가 되자
어머니는 어디서
애호박을 가져와 썰었다
아버지를 따라나선
마을버스 차고지에는
내 신발처럼 닮은 물웅덩이
나는 기름띠로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번 주도 오후반이야" 말하던
누나 목소리 같은 낮달이
길 건너 정류장에 섰다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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