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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가족의 휴일/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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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5-08 08:44: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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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휴일/박준

아버지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밀린 신문을 읽었고

나는 방에 틀어박혀
종로에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찌고 오후가 되자
어머니는 어디서
애호박을 가져와 썰었다

아버지를 따라나선
마을버스 차고지에는
내 신발처럼 닮은 물웅덩이

나는 기름띠로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번 주도 오후반이야" 말하던
누나 목소리 같은 낮달이
길 건너 정류장에 섰다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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