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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유산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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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지만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폐허 수 만평
나 아직도 잘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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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그루 없는 그 땅에
때때로 태풍 불고 토사가 생겨
남모르는 세금을 물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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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매장량은 여전히 풍부하다
열다섯 살의 입술로 마지막 불러 본
아버지! 어느 토지대장에도 주소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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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수 만평을 남기고
빈 술병들만 야적해 두고
홀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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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와 빙하가 교차하는 계절풍 속에
비밀이지만
아버지가 남긴 폐허 수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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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직도 고스란히 지키고 있다
평생을 써도 남을
일용할 양식 거기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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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조 외, 『좋은 시 2007』(삶과꿈,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