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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술마시는 남자를 위하여/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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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6회 작성일 2025-06-27 18:18: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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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는 남자를 위하여/문정희
 - 백수광부에게 보내는 연서

늘 먼 곳만 바라보는 사나이
슬픈 노을만 그리워하는 사람
아침부터 술로 온가슴 불지르고
따습고 편한 것은 모두 버리고
흰 머리칼 강 바람에 허위허위 날리며
끝 모를 수심 속으로 빠져 들었네

바람의 혼에서 태어났는가
귀밑머리 풀고 만난
아내의 손목조차 견디지 못해

광풍에 덜미 잡혀 떠도는
백수광부, 고조선 땅 내 애인이여

오늘 서울 어느 골목에서 다시 만나
황홀한 몰락에 동행하고 싶구나

강 건너 그대 아내 땅을 치고 울더라도
눈부신 노을 함께 삼키고 싶구나

- 『남자를 위하여』(민음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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