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슬픔 하나가/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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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하나가/허형만
슬픔 하나가 향로 속에서 더는 타지 않기 위해 차라리 무너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일곱 시간 만에 도착했다는 문상객이 머리와 외투에 덮인 하이얀 시간의 비늘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말년에 무일푼이셨던 아버지는 슬픔 하나 유산으로 남기셨다 빛났던 날들 눈처럼 쌓였다가 서서히 얼어붙으니 그래 머지않아 녹아 흐르리라 흘러흘러 저승 바다 넘치면 끝내 이승의 내 발목을 적시리라
- 『비 잠시 그친 뒤』(문학과지성사, 1999)
슬픔 하나가 향로 속에서 더는 타지 않기 위해 차라리 무너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일곱 시간 만에 도착했다는 문상객이 머리와 외투에 덮인 하이얀 시간의 비늘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말년에 무일푼이셨던 아버지는 슬픔 하나 유산으로 남기셨다 빛났던 날들 눈처럼 쌓였다가 서서히 얼어붙으니 그래 머지않아 녹아 흐르리라 흘러흘러 저승 바다 넘치면 끝내 이승의 내 발목을 적시리라
- 『비 잠시 그친 뒤』(문학과지성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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