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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서정춘 시인/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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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5-23 07:53: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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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춘 시인/허형만

봄 햇살이 귓불을 간지럼 태우던 날
약속 시간보다 늦으신 서정춘 시인 손에는
연보랏빛 작은 꽃 한 무데기 쥐어 있었습니다
어린애처럼 좋아서 목소리까지 떨리는 얼굴에도
한 무데기 꽃물이 뽀얗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왜 늦으셨냐고 차마 타박할 수가 없어서
대뜸 한 마디 던졌더니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왠 개불알꽃?
그냥 이뻐서,
서정춘 시인 상경하고 한 철이 지나갑니다
그 꽃 안녕하신지 여태 문안도 못 올렸습니다

-『눈 먼 사랑』(도서출판 시와사람,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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