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관] 철산동 우체국/황규관
페이지 정보
본문
철산동 우체국/황규관
내가 너에게 편지 부치러 갈 때
한가한 우체국 입구에 나와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인사하던 우체국장 아저씨
꼭 나의 비밀을 아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나는 뚱뚱한 우체국 아가씨가 볼까봐
얼른 편지를 부치고,
그리고 얼마나 후회했던가
내 뜨거운 편지가
지구를 삼천댓 바퀴 돌다 도착했으면 싶었다
사랑한다는 구절에 세월의 곰팡이가 슨 채
이쁘게 늙은 너의 손주 손에 배달되어
노인대학 야유회 간 너를 기다리든지, 아니면
먼지가 더께로 낀 너의 창문을 기웃거리다
수취인 불명이 찍혀
바람이 내 무덤 앞 넓적바위에
일몰 직전 햇살처럼 쓸쓸히 반송해주길
나는 정말 얼마나 꿈꾸었던가
셔터가 내려진 철산3동 우체국
어둠속에서 넋없이 바라보다 돌아선 날
내 방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오십억 광년쯤 떨어진 별에 들렀다 갈
편지를, 너에게 쓰기로 했다
- 『철산동 우체국』(내일을여는책, 1998)
내가 너에게 편지 부치러 갈 때
한가한 우체국 입구에 나와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인사하던 우체국장 아저씨
꼭 나의 비밀을 아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나는 뚱뚱한 우체국 아가씨가 볼까봐
얼른 편지를 부치고,
그리고 얼마나 후회했던가
내 뜨거운 편지가
지구를 삼천댓 바퀴 돌다 도착했으면 싶었다
사랑한다는 구절에 세월의 곰팡이가 슨 채
이쁘게 늙은 너의 손주 손에 배달되어
노인대학 야유회 간 너를 기다리든지, 아니면
먼지가 더께로 낀 너의 창문을 기웃거리다
수취인 불명이 찍혀
바람이 내 무덤 앞 넓적바위에
일몰 직전 햇살처럼 쓸쓸히 반송해주길
나는 정말 얼마나 꿈꾸었던가
셔터가 내려진 철산3동 우체국
어둠속에서 넋없이 바라보다 돌아선 날
내 방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오십억 광년쯤 떨어진 별에 들렀다 갈
편지를, 너에게 쓰기로 했다
- 『철산동 우체국』(내일을여는책, 199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