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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관] 자화상/황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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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0회 작성일 2025-04-16 08:17:5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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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황규관

나는 아직 적멸을 모르는데
아픔이 미세한 먼지처럼
왼쪽 어금니에서 오른쪽 어금니로
작은 기침에서 점점 뜨거워지는 몸살로
천천히 몸의 빛깔이 변해간다

가슴에 쌓인 원한의 무게를
한 줌이라도 덜어내자 했는데
책상 서랍에는 계통 없이 약봉지만 쌓여간다
방향 없는 집착만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처방받아왔다

나는 아직 혁명을 모르는데 세상일에
조금씩 깊어가는 염증이
어제에서 오늘로 집에서 직장으로
술집에서 거리로 소리 없이
소리 없이 번져간다
너무 오래 나를 바로 보지 못했다

나는 깊이 균열되어 있는데
나는 정작 가짜도 진짜도 아닌데
오래된 바람인데 흙탕물인데
골목길 벌건 웃음인데

 -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실천문학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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