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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관] 파도/황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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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16 08:19: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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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황규관

파도의 언어는 울음이다
수평선 너머에서 찾아온 형이상학이 아니라
절벽을 때리며 때라며
떠나지 않는 기억을 꽃피우려는
울음이다
학살을 먼 바다로 데려가
구름과 함께 웃으려는 울음이다
절벽에 새겨진 비극을
단출한 섬 하나로 남기려는
사십억 년 된 몸짓이다
눈보라와
돌고래의 순회가
함께 웃는 웃음이다
가져보지 못한 세상의 나팔 소리이다
총칼과 광기와 비명을
섞어 몸을 빚는
복수의 춤이다
용서하는 복수다
죽임당한 백골의
눈빛이다
그 부서지는 노래 앞에
맨몸으로 서자
절망이여ㅡ

- ​『정오가 온다』(도서출판 삶창,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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