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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 겨울비/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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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14 18:45: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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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황학주

가로등이 막 켜지는 무렵 맹인노파가 나타났다
이어서 비가 왔다

그녀의 손을 잡고 들어간 지하철역 구내
그녀는 갈 곳이 없다 하였다
나는 갈 곳이 있었으므로 서둘러야 했다

맹인노파 눈동자 속의 겨울비 앞에
나는 신문을 사서 자리를 깔아주었다

비 내리는 이 겨울이 다 흐른 두이에 토종 해바라기만 한 등을 보이고 앉는 그녀의 옆자리를 지켜줄 굳은 데가 생겨주었으면
서둘러야 했으므로 나는 단지 바랄 뿐이었다
지하도 계단을 올라오며 돌아보니 신문지 바닥엔 두 사람이 있다
누군가 귀먹고 팔 하나 없는 나를 부축해 앉혀놓고 간 것 같다

- 황학주,『노랑꼬리 연』(서정시학,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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