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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 K의 이사/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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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9회 작성일 2025-04-14 18:44:5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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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 이사/황학주

이게 다 수양이지요 코 뒤에 맺혀 있다 터지는지
물컹한 사랑, 붉은
꽃이라도 되듯
구두코 끝에 떨어져 번집니다

가구들 떠난 자리 발로 슥슥 비며 남긴 붉은 편지
누군가 발견한다면 웬 피야?
놀랄지 모르지만 누구나,
눈 오는 날 흰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는 않겠지요

문턱에 머리카락 몇 올 남기고 간 듯한,
리어카 끌고 아직 살아 있어 싱싱한
꼬막을 팔던 영동시장
밤바다 생은 입술 짭자롬한
졸아든 육수 한 바가지만큼만 되었지요

누구나, 밤낮으로 끌고 온 가방을
제 몸 선반에 기다랗게 올려놓고
사는 건지도 모릅니다

문 닫았다는 말을 듣기 전에
담배라도 사두어야 하는 정거장
길 끝에서 돌연 터지는 코피

목젖 안쪽으로
휴지 끓어가며 오래된 눈이 내리고
구두코 끝에 붉은 꽃피우며
K, 이사합니다

- 『저녁의 연인들』(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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