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 고향/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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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황학주
-고사목
송아지를 팔고 가는 눈길이 있었다
눈 녹은 물 속에
작은 식물 같은 그늘이 있고
울먹임이 길에 고여 흘러내렸다
담쟁이넝쿨에 기댄 담벼락이 있었다
멀리 노을 사이로
한 눈송이가 한 눈송이를 안고 있다가
담벼락에 와 부딪쳤다
그냥, 넘어진 자가 있었다
멍이 든 채 담벼락 밑에
눈 녹은 물이 고였고
오래된 그늘이 제 속을 비추었다
슬레이트 지붕 밑엔
세숫대야에 더운물을 타 발을 씻기는
낡고 늙은 당신이 있었다
울먹임이 나이테처럼 간간이 넘쳤다
- 『사랑할 때와 죽을 때』(창비, 2014)
-고사목
송아지를 팔고 가는 눈길이 있었다
눈 녹은 물 속에
작은 식물 같은 그늘이 있고
울먹임이 길에 고여 흘러내렸다
담쟁이넝쿨에 기댄 담벼락이 있었다
멀리 노을 사이로
한 눈송이가 한 눈송이를 안고 있다가
담벼락에 와 부딪쳤다
그냥, 넘어진 자가 있었다
멍이 든 채 담벼락 밑에
눈 녹은 물이 고였고
오래된 그늘이 제 속을 비추었다
슬레이트 지붕 밑엔
세숫대야에 더운물을 타 발을 씻기는
낡고 늙은 당신이 있었다
울먹임이 나이테처럼 간간이 넘쳤다
- 『사랑할 때와 죽을 때』(창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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