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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기] 입맞춤/채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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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0회 작성일 2025-05-18 09:25: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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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맞춤/채호기

너를 마시고 싶다.
너의 살과 피와 뼈와
너의 영혼, 비린내,
너의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 남은 삶을
후르르 마시고 싶다.

빨려들어가고 싶다. 너에게로
현기증 나는 백색의
이빨들 사이로
뜨거운 붉은
속살 속으로

마침내 너에게 묻히고 싶다.
입 벌릴 때마다 풍기는 구취.
한 영혼이
다른 몸 속에서 천천히
소화되어 사라지는

입술의 틑어진 솔기가 들쳐질 때마다
어른거리는 삶의 문틈으로
엿보이는 영혼.
손을 뻗으면 만져질 듯 만져지지는 않는
현기증 나는 하얀 벽들.
끝없는 입술의 오물락거림과
아직도 발설되지 않은 말들.

- 『슬픈 게이』(문학과지성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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