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 무량사에서/곽효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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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사에서/곽효환
해질녘 종소리 들리거든
만수산 자락을 가득히 메운
무량사 저녁 예불 종소리 서른세 번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여운 길거든
차마 떠나지 못한다 하네
산사의 종두승 당목을 밀어 올린 종소리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고
아직 내려놓지 못한
마음의 그늘 남겨두고는
산문(山門) 밖으로 나서지 못한다 하네
파랭이 쓰고 미간을 찌푸린 옛사람
청한당 툇마루에 비스듬히 앉아
늙은 느티나무 가지 끝에 걸린
더는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시름을
다시 이슬에 재우는 해거름
나, 이층집 극락전 마당
허리 굽은 소나무 빈 그늘에 들어
반듯한 오층석탑 옆에
삐뜰삐뜰한 돌탑 하나 세웠다 허무네
허물었다 다시 세우네
- 『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 2017)
해질녘 종소리 들리거든
만수산 자락을 가득히 메운
무량사 저녁 예불 종소리 서른세 번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여운 길거든
차마 떠나지 못한다 하네
산사의 종두승 당목을 밀어 올린 종소리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고
아직 내려놓지 못한
마음의 그늘 남겨두고는
산문(山門) 밖으로 나서지 못한다 하네
파랭이 쓰고 미간을 찌푸린 옛사람
청한당 툇마루에 비스듬히 앉아
늙은 느티나무 가지 끝에 걸린
더는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시름을
다시 이슬에 재우는 해거름
나, 이층집 극락전 마당
허리 굽은 소나무 빈 그늘에 들어
반듯한 오층석탑 옆에
삐뜰삐뜰한 돌탑 하나 세웠다 허무네
허물었다 다시 세우네
- 『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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