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환] 포구에서/조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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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에서/조창환
하늘 깊은 곳에 날개를 넓게 펴고 갈매기는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떠 있을 것으로
생각지 마라
빙하보다 더 짙은 푸름 속에
자유로운 날 있었건만
태풍 몰고 오는 바람에 맞서
허파가 터지도록 막히는 숨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들
찢어진 날개로 먼 바다 향해
눈 부릅뜨고 헤쳐 나가
번개처럼 내려꽂히던 날 잊어버린 것들
어두워가는 포구의 피곤한 뱃전에서
썩은 고기나 상한 새우를 빌어먹어
무겁게 살찐 것들이 내 동족이다
바람이 오는 길에
찢어진 기폭처럼
펄럭이던 자유를 잃어버린 무리는
새가 아니다
짜디짠 해풍에 두 눈을 씻고
푸르고 깊은 허공의 과녁을 향해
치솟아 곤두박질치는 나를
비웃는 저것들은 갈매기가 아니다
- 『마네킹과 신사』(문학과지성사, 2010)
하늘 깊은 곳에 날개를 넓게 펴고 갈매기는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떠 있을 것으로
생각지 마라
빙하보다 더 짙은 푸름 속에
자유로운 날 있었건만
태풍 몰고 오는 바람에 맞서
허파가 터지도록 막히는 숨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들
찢어진 날개로 먼 바다 향해
눈 부릅뜨고 헤쳐 나가
번개처럼 내려꽂히던 날 잊어버린 것들
어두워가는 포구의 피곤한 뱃전에서
썩은 고기나 상한 새우를 빌어먹어
무겁게 살찐 것들이 내 동족이다
바람이 오는 길에
찢어진 기폭처럼
펄럭이던 자유를 잃어버린 무리는
새가 아니다
짜디짠 해풍에 두 눈을 씻고
푸르고 깊은 허공의 과녁을 향해
치솟아 곤두박질치는 나를
비웃는 저것들은 갈매기가 아니다
- 『마네킹과 신사』(문학과지성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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