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햇살은 어디로 모이나/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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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어디로 모이나/이정록
눈도 녹지 않았는데
어찌 그리 양달을 잘 아시는가
나물을 뜯으려고 바구니를 내려놓은 자리
거기다, 그곳이 햇살의 곳간이다
갈퀴 손으로 새순을 어루만지자
오물거리던 햇살이 재게 할머니의 등에 오른다
무거워라 포대기를 추스리자
손자 녀석의 터진 볼에 햇살이 고인다
엄마 잃은 생떼의 입술이 햇살의 젖꼭지를 빤다
햇살의 맞은편, 그러므로 응달은
할머니의 숯검댕이 가슴 쪽에 서려 있다
늘그막에 핏발 서는 빈 젖꼭지에 있다
항아리 숫돌에 녹물을 지운 나물 칼
응달은 자신의 남은 빛을 그 칼날에다 부려놓고
방금 새순을 바친 풀뿌리로 스며든다
우글거리던 햇살의 도가니, 그 밑자리로
응달은 겨울잠 자러 가는 실뱀처럼 꼬리를 감춘다
양달은 지금 어디에다 아랫목을 들였나
아기가 갑자기 제 트림에 놀라 운다
아기의 뱃속 어딘가에서
빙벽 하나 무너져내렸는가
눈도 녹지 않았는데
어찌 그리 양달을 잘 아시는가
나물을 뜯으려고 바구니를 내려놓은 자리
거기다, 그곳이 햇살의 곳간이다
갈퀴 손으로 새순을 어루만지자
오물거리던 햇살이 재게 할머니의 등에 오른다
무거워라 포대기를 추스리자
손자 녀석의 터진 볼에 햇살이 고인다
엄마 잃은 생떼의 입술이 햇살의 젖꼭지를 빤다
햇살의 맞은편, 그러므로 응달은
할머니의 숯검댕이 가슴 쪽에 서려 있다
늘그막에 핏발 서는 빈 젖꼭지에 있다
항아리 숫돌에 녹물을 지운 나물 칼
응달은 자신의 남은 빛을 그 칼날에다 부려놓고
방금 새순을 바친 풀뿌리로 스며든다
우글거리던 햇살의 도가니, 그 밑자리로
응달은 겨울잠 자러 가는 실뱀처럼 꼬리를 감춘다
양달은 지금 어디에다 아랫목을 들였나
아기가 갑자기 제 트림에 놀라 운다
아기의 뱃속 어딘가에서
빙벽 하나 무너져내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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