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향림] 초당 두부/노향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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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두부/노향림
난설헌의 생가가 있는 초당이다.
허술한 벽 어디에도 살아생전 불우했던
그녀의 시 한 편 걸려 있지 않다.
생 두부를 초간장에 찍어 한 입 베어 먹다 말고
두부 한 모에서 파랑 친 물살의 흔적을 본다.
어깨 다부진 이 집 주인은 작살 대신
두레박을 적막 가운데 싣고
한밤중이면 바다에 나간다고 한다.
칠흑의 밤바다에서 큰 두레박을
바닥까지 드리우고 마냥 기다리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들 넘치게 올라온다.
전의를 불태우듯 다가선 센 바람과 풍랑을
이겨내지 못하면 간수를 긷지 못한다.
바다를 보고 왔다고 파랑 치다 잠잠해진
아침 햇덩이와 함께 간수는 장작불에 잘 달구어진
큰 무쇠솥으로 들어가 부글부글 제 속을 끓여낸다.
순두부는 잘 익은 바다 냄새를 초당에 진동시킨다.
구름의 흰 배때기만 한 자루에서 꺼낸 두부는
빨리빨리 네모로 잘려지고
사람들은 연대의 첫맛을 음미하려는 듯 스르르 눈을 감는다.
바다가 처음으로 번역된 문장의 첫 줄처럼.
-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실천문학사, 2012)
난설헌의 생가가 있는 초당이다.
허술한 벽 어디에도 살아생전 불우했던
그녀의 시 한 편 걸려 있지 않다.
생 두부를 초간장에 찍어 한 입 베어 먹다 말고
두부 한 모에서 파랑 친 물살의 흔적을 본다.
어깨 다부진 이 집 주인은 작살 대신
두레박을 적막 가운데 싣고
한밤중이면 바다에 나간다고 한다.
칠흑의 밤바다에서 큰 두레박을
바닥까지 드리우고 마냥 기다리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들 넘치게 올라온다.
전의를 불태우듯 다가선 센 바람과 풍랑을
이겨내지 못하면 간수를 긷지 못한다.
바다를 보고 왔다고 파랑 치다 잠잠해진
아침 햇덩이와 함께 간수는 장작불에 잘 달구어진
큰 무쇠솥으로 들어가 부글부글 제 속을 끓여낸다.
순두부는 잘 익은 바다 냄새를 초당에 진동시킨다.
구름의 흰 배때기만 한 자루에서 꺼낸 두부는
빨리빨리 네모로 잘려지고
사람들은 연대의 첫맛을 음미하려는 듯 스르르 눈을 감는다.
바다가 처음으로 번역된 문장의 첫 줄처럼.
-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실천문학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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