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겨울산에서/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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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에서/허형만
남창계곡으로 오르던 길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오직 녹은 눈 녹는 눈 공양으로
제 몸을 씻는 겨울 산
에 들어선 나도 씻어라
씻는다 해 떨어진 포구의 갈대들
소금물에 제 몸 씻으며 꼿꼿이 선채로
컴컴한 한밤을 견디다 스러지듯
겨울 산에선 나도 없다 지나온
시간도 미망도 없다 오직 영하의
차고도 깨끗한 바람
만이 문득 나의 한 생을
자작나무 가지 위에 허옇게 걸어두고 흔들어댈 뿐
발소리도 없이 조용히
적요의 순간을 스쳐 지나갈 뿐
- 허형만,『첫 차』(황금알, 2005)
남창계곡으로 오르던 길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오직 녹은 눈 녹는 눈 공양으로
제 몸을 씻는 겨울 산
에 들어선 나도 씻어라
씻는다 해 떨어진 포구의 갈대들
소금물에 제 몸 씻으며 꼿꼿이 선채로
컴컴한 한밤을 견디다 스러지듯
겨울 산에선 나도 없다 지나온
시간도 미망도 없다 오직 영하의
차고도 깨끗한 바람
만이 문득 나의 한 생을
자작나무 가지 위에 허옇게 걸어두고 흔들어댈 뿐
발소리도 없이 조용히
적요의 순간을 스쳐 지나갈 뿐
- 허형만,『첫 차』(황금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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