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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파리/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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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99회 작성일 2025-02-07 15:13:0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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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김기택

쓰다 말고 던져둔 시 거미 위로
파리 한 마리가 내려앉는다.
다리 많은 호기심이 발발거리더니
멈칫,
‘거미줄’이란 글자 앞에 선다.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
무엇엔가 옭아매인 듯 꼼짝 못한다.
파리는 갑자기 두 앞다리를 모으더니
싹싹 빈다.
서 있어도 저절로 오체투지가 되는 몸으로
빌고 또 빈다.
파리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거미줄에서 몇 글자 건너
‘거미’라는 글자가 떡 버티고 있다.
수성 잉크가 번져 글자마다 털이 돋아 있다.
글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파리도 한 글자가 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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