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은] 카프카의 잠/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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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잠/강성은
그는 야근을 하고 있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라고 쓰자 그는 잠이 쏟아졌다
그가 책상 위에 쌓인 서류 더미를 뒤적이고 있을 때 누군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이 야심한 시각에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이 누굴까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걸어가 문을 열어주려 했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굳게 잠긴 문을 열어보려 애쓰다 이 문은 밖에서 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곤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유심히 문을 바라보던 그는 조심스럽게 두드려 보았다 똑똑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갇힌 것이다
아무도 없는 밤에
눈 내리는 사무실에
어마어마한 눈이 쏟아지고 쌓이고 있는데
건물이 눈 속에 파묻힐 것 같은데
그는 나가지도 못하고
그를 도와주러 올 이 하나 없는 것이다
저 눈을 멈추게도 할 수 없는 것이다
흰 눈은 펑펑 쏟아지고
누구도 저 희고 무서운 것을 멈추게 할 수는 없어
그가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가 삶을 포기하고 나면
죽음을 기다리고 있으면
모든 일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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