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미] 고양이/조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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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조향미
오래 홀로 인적 뜸한 언덕에 서 있다
바람인지 강아지풀인지 가만히 미동을 바라보다
새 한 마리 낮게 내려앉아 잠시 귀 세우기도 한다
어디에 머물 생각은 없다 한 끼 주림 면하면 족할 뿐
먹이 구하러만 골목길 어슬렁대는 건 아니다
딴 세상을 갈망하여 담장 위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고독이야 졸음처럼 숨결처럼 익숙하다
허리 길어 해 그림자는 더디나
불꽃처럼 맹렬히 눈빛이 타오를 때도 있다
찰나 속에서 영겁을 보고 영겁 속에서 찰나를 살기도 한다
다음 생을 다시 시작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실천문학사, 2006)
오래 홀로 인적 뜸한 언덕에 서 있다
바람인지 강아지풀인지 가만히 미동을 바라보다
새 한 마리 낮게 내려앉아 잠시 귀 세우기도 한다
어디에 머물 생각은 없다 한 끼 주림 면하면 족할 뿐
먹이 구하러만 골목길 어슬렁대는 건 아니다
딴 세상을 갈망하여 담장 위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고독이야 졸음처럼 숨결처럼 익숙하다
허리 길어 해 그림자는 더디나
불꽃처럼 맹렬히 눈빛이 타오를 때도 있다
찰나 속에서 영겁을 보고 영겁 속에서 찰나를 살기도 한다
다음 생을 다시 시작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실천문학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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