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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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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내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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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정각에 도착한 열차처럼
나는 가장 좋은 시간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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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나무들과 함께 걸어서 당도한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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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1과 1 사이로 황금빛 수평선 펼쳐지고
그 사이로 겨울 철새는 풍경이 되기 위해
먼, 차가운 먼 북쪽에서 세차게 날개 치며 돌아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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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기 위해 봄부터 함께 걷기 시작한 나뭇잎
한 장 한 장, 햇살 되받아내며 눈부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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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차고 밝은 몸으로 찾아와
마지막 꽃씨와 풀씨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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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원융무애의 바다에 당도하듯
내원의 나무가 걸어서 당도한 바다, 저 깊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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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물든 낙엽부터 먼저, 풍덩풍덩
미련 없이 돌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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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언하는 나무가 날기 위해 천천히 등을 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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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일근,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문학과지성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