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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 고연리/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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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9회 작성일 2025-04-12 12:50: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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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리/전성호

볏논 가에 트랙터가 빨갛다
산 밑 어두운 데
염소 몸통처럼 휘어진 산모퉁이
노을 지는 물가에 서서 코가 맵다
깨어진 빛 끄트머리마다
잠깐씩 빛나는 반계 마을
비 묻은 풀잎들이 아창대며 올라온다
유채꽃, 밤꽃, 꽃 향을 짓이겨
담장을 지우는 갈릴리 기도원
어둠 속에서 아카시아 향 밀어 올리는
소쩍새 개구리 떼울음
별빛 스친 나무들 소란스럽다
갈참나무 사백 년
고까짓 정도야 두려울 바 아닌데
마을 위아래 찰랑이는 못
물에 빠져 죽지 않고 속삭이는
오래 삭은 온갖 잡소리
쉬었다 가라 쑥 손을 내민다.

 -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실천문학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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