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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가난을 모시고/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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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0회 작성일 2025-04-06 22:25: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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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모시고/장석남

오늘 나는 가난해야겠다
그러나 가난이 어디 있기나 한가
그저 황혼의 전봇대 그림자가 길고 길뿐
사납던 이웃집 개도 오늘 하루는 얌전했을 뿐

우연히 생겨난 담 밑 아주까리가
성년이 되니 열매를 맺었다
실하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어디 또 그런 데 가서 그 아들 손주가 되겠다
거짓마저도 용서할
맑고 호젓한 가계(家系)

오늘도 드물고 드문 가난을 모신,
때 까만 메밀껍질 베개의
서걱임
수(壽)와 복(福)의
서걱임

 - 장석남,『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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