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정우영 > 자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19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466
  • H
  • HOME

 

[정우영] 거울/정우영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30회 작성일 2025-04-06 20:40:22 댓글 0

본문

거울/정우영

간짓대에 얹힌 눈이
차분한 햇살을 못 견디고
사르락 떨어진다.
적요의 팽팽한 떨림 속으로
댓잎 하나가 사부작이 날아든다.

열다섯 되는 새해 아침,
이 닦다 말고
오금이 저릴 때까지 쭈글치고 앉아
먼 미래를 건너다본다.
참 많이도 쇠락하였다.

“이 닦다 말고 뭐 해요? 새해 아침에?”
아내의 핀잔에 깜짝 깬
눈 들어 거울 들여다본다.

웬 낯선 이가 치약
허옇게 묻힌 몰골로
저 먼 과거를 내다보며
망연히 서 있다.
부푼 솜털 시리다.

- 정우영,『집이 떠나갔다』(창비, 200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