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거울/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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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정우영
간짓대에 얹힌 눈이
차분한 햇살을 못 견디고
사르락 떨어진다.
적요의 팽팽한 떨림 속으로
댓잎 하나가 사부작이 날아든다.
열다섯 되는 새해 아침,
이 닦다 말고
오금이 저릴 때까지 쭈글치고 앉아
먼 미래를 건너다본다.
참 많이도 쇠락하였다.
“이 닦다 말고 뭐 해요? 새해 아침에?”
아내의 핀잔에 깜짝 깬
눈 들어 거울 들여다본다.
웬 낯선 이가 치약
허옇게 묻힌 몰골로
저 먼 과거를 내다보며
망연히 서 있다.
부푼 솜털 시리다.
- 정우영,『집이 떠나갔다』(창비, 2005)
간짓대에 얹힌 눈이
차분한 햇살을 못 견디고
사르락 떨어진다.
적요의 팽팽한 떨림 속으로
댓잎 하나가 사부작이 날아든다.
열다섯 되는 새해 아침,
이 닦다 말고
오금이 저릴 때까지 쭈글치고 앉아
먼 미래를 건너다본다.
참 많이도 쇠락하였다.
“이 닦다 말고 뭐 해요? 새해 아침에?”
아내의 핀잔에 깜짝 깬
눈 들어 거울 들여다본다.
웬 낯선 이가 치약
허옇게 묻힌 몰골로
저 먼 과거를 내다보며
망연히 서 있다.
부푼 솜털 시리다.
- 정우영,『집이 떠나갔다』(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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