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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달맞이꽃의 함성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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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1회 작성일 2025-04-06 16:57: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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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의 함성 /정호승

밤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며 피어나는 것은
당신의 상처의 아름다움을 아름다워하기 위해서다
밤새도록 내가 당신의 상처의 향기를 꽃피우다가
아침에 시드는 까닭은
내 기다림의 함성을 꽃피우기 위해서다

나는 밤마다 당신의 상처를 상처받는다
당신의 눈물을 위해 상처받는다
내 어머니인 달빛의 푸른 젖을 먹고
나의 상처는 밤마다 오로지 당신의 것이다

당신의 상처를 상처받지 않는다면
나는 한송이 꽃으로 피어나지 못할 것이다
초승달로 때로는 반달로
당신의 상처의 눈물을 받아먹지 않는다면
나는 한송이 그리움으로 피어나지 못할 것이다

오늘은 보름달이 뜬 한여름 밤
와와
소리 없는 나의 그리움의 함성에
산 너머 멀리 달빛을 데리고 별똥별이 떨어진다

 - 정호승,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창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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