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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물의 길을 보며/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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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0회 작성일 2025-05-08 09:12: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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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길을 보며/이승하
 - 박상언에게

파르라니 머리 깎은 아내 데리고
홍천강 언덕에 차 대놓고 앉아서
노을이 질 때까지 넋 놓고 강을 본다
저 강물 저 가고 싶은 대로 가는가
홍수 나면 화난 듯이
가뭄 들면 기진한 듯
흘러온 강이기에 또 흘러갈 것인가

둘러선 저 산들 낯 붉히는 가을인데
네 번째의 항암 치료에도 기약이 없다
한마디도 해줄 말이 없어 바라보는 강
겨울이 와서 저 강이 얼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중매는 피어날까
강변에 화들짝 산수유가 피어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은 저의 길을 갈까

ㅡ 저 강은 청평호에서 수명을 다하나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기에 물이듯이
흐르고 흘러 바다까지 가고
하늘로 올라가 비도 되어 내리겠지
물이 모이면 길을 내어 흐르는데
그대 목숨의 길은 이 강 언덕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
어느덧 은하수 흘러가고 있다

- 『생애를 낭송하다』(천년의시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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