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이병승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1,128
어제
1,107
최대
3,544
전체
317,527
  • H
  • HOME

 

[이병승] 고양이/이병승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54회 작성일 2025-05-02 13:42:42 댓글 0

본문

고양이/이병승

대로변 길가 고양이 두 마리가
코를 맞대고 카랑카랑 울고 있다
흘레붙은 개도 아니고 길고양이 두 마리여서
희한하네, 뭘까 구경하고 섰는데
엄청난 집중이다
행인들 걸음 멈추고 키득키득 구시렁거려도 아랑곳 않는다
도둑괭이 재수 없다 돌멩이가 날아와도
그 자리 떠나지 않는다
오직 서로의 눈을 삼키고 숨결을 낚아채며
수염을 세우고 목소리 높인다
저것이 싸움이라면 둘은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고
연애라면 서로 한 점으로 스며 농축될 것만 같다
아, 왜소해진 나여
세상의 시선을 온몸으로 빨아 당기는 과녁이 되지 않고서야
어찌 나를 넘어서겠느냐
세상에 눈멀지 않고 어찌 내 보고 싶은 걸 보겠느냐

- 『까닭 없이도 끄떡없이 산다』(실천문학사, 201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