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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경] 시월에/윤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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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9회 작성일 2025-05-02 11:48:0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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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윤은경

지도에서 무너진 절터만 짚어가는 내 속에 다스리지 못한 짐승이 있나 보다 얕은 바람에도 반짝 곤두서는 터럭과 쉴 새 없이 두근거리는 약한 심장엔 험하고 오랜 시간의 쓴물이 배여 있나 보다
나는 아직도 사람이 그립고, 견디지 못해 길나선 바깥엔 가을 가뭄이 깊고도 깊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산비탈 풀숲, 한 모금 이슬로 입술 적시고 서둘러 제 목을 치는 풀꽃들이 보인다
보내고 떠난 자리, 단 하나의 씨앗을 위해 시든 꽃대궁, 실낱같이 흘렀을 고지랑물소리 천둥처럼 가슴 복판을 금긋고 지나는데,
꽃 피는 일순瞬과 꽃 지는 일순瞬 사이 방심하여 놓쳐버린 그대의 손
내 목마름은 또 그대가 밀어놓은 긴 통증, 무너진 절터를 찾아 서성거리다 돌산 무더기, 무더기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는데

- 『검은 꽃밭』(도서출판 애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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