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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칸나/이문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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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60회 작성일 2025-05-02 11:46: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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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이문재

따뜻하게 헤어지는 일이 큰일이다
그리움이 적막함으로 옮겨 간다
여름은 숨 가쁜데, 그래
그리워하지 말기로 하자. 다만 한두 번쯤
미워할 힘만 남겨 두기로 하자

저 고요하지만 강렬한 반란
덥지만 검은 땅속 뿌리에 대한
가장 붉은 배반, 칸나

가볍게 헤어지는 일이 큰일이다
미워할 힘으로 남겨 둔
그날 너의 얼굴빛이 심상치 않다
내 혀, 나의 손가락들 언제
나를 거역할 것인지

내 이 몸 구석구석 붉어 간다

-  『산책시편』(민음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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