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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능소화 편지/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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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21 07:48:5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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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편지/이향아

등잔불 켜지듯이 능소화는 피고
꽃지는 그늘에서
꽃 빛깔이 고와서 울던 친구는 가고 없다.
우기지 말 것을,
싸웠어도 내가 먼저 말을 걸 것을
여름이 익어갈수록 후회가 깊어
장마 빗소리는 능소화 울타리 아래
연기처럼 자욱하다.
텃밭의 상추 아욱 녹아 버리고
떨어진 꽃 빛깔도 희미해지겠구나.
탈없이 살고 있는지 몰라.
여름 그늘 울울한데
능소화 필 때마다 어김없이 그는 오고
흘러가면 그뿐 돌아오지 않는단 말.
강물이야 그러겠지.
나는 믿지 않는다.

- 『오래된 슬픔 하나』(시와시학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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