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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간의 뿌리/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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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2회 작성일 2025-04-20 20:28: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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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뿌리/이대흠

 마루 끝을 햇살이 콕콕콕 쪼아댑니다 백 년이 넘어서인지 햇살의 부리가 닿는 곳은 둥글어져 있습니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나서 흘린 것들을 걸레로 닦아 냅니다 벌어진 나무 사이로 들어간 밥알 몇개가 빠져나오지 않습니다 꼬챙이로 틈을 후비다보니 묵은 때들이 길게 빠져 나옵니다 검게 뻗은 시간의 뿌리입니다

 오래된 것은 지나온 세월만큼 얼굴이 검습니다 하찮은 것도 쉬이 흘리지 못하고 받아들인 덕분입니다 고목나무 뿌리가 저렇게 검은 것도 돌이 되어 가라앉는 누군가의 속울음에 귀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 『귀가 서럽다』(창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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