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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돌담부처/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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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4-20 20:14: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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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부처/이경호

밭의 주인은 돌이었다 낮게 엎드렸던 돌은 흙이 되기로 작정하였다 냉이 민들레 쑥을 위하여 제 가슴을 내주면서 흙처럼 부드럽게 살고 싶었다 어느 날 돌들은 가장자리로 내던져져 돌담이 되었다 아무것도 품을 수 없게 된 돌들은 한동안 삐걱거리며 무너지기 일쑤였다 가슴에 바람이 들어앉았다 우는 일이 일이었다 울다 지친 어느 날 돌은 보았다 예전 자기가 있던 자리에 더 많은 꽃이 피고 나비가 나는 것을 눈물은 마르기 시작했고 가슴은 벅차올랐다 바람을 막아주면서 밭을 지키는 것으로 족했다 돌은 오래도록 그렇게 또 살았다 벌거벗은 채로도 좋았다 작년 그러께부터 돌담에도 풀씨가 날아와 둥지를 틀었고 담쟁이 넌출도 맡겨오기 시작하였다

- 『비탈』(도서출판 애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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