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자화상/이선영
페이지 정보
본문
자화상/이선영
내 등은 휘어져 있다, 내 등엔 역사가 없다
나는 고개를 수그린다, 내 모가지엔 세계가 없다
내 등엔 역사의 한줄기 뼈가 새겨지지 않았고
내 모가지는 세계의 한 모형을 세우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두말할 나위 없이, 이 물렁한 삶의 순살에 한 그릇 질게 반죽되었다
역사와 세계의 뼈다귀가 없는
고개를 수그리고 등을 구부린 채 내 안에 긴 빨대를 들이밀고
더 이상 빨려올라올 것도 없는 나 자신이라는 얕은 바닥만 비잉빙 휘저어대고 있었다
- 『평범에 바치다』(문학과지성사, 1999)
내 등은 휘어져 있다, 내 등엔 역사가 없다
나는 고개를 수그린다, 내 모가지엔 세계가 없다
내 등엔 역사의 한줄기 뼈가 새겨지지 않았고
내 모가지는 세계의 한 모형을 세우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두말할 나위 없이, 이 물렁한 삶의 순살에 한 그릇 질게 반죽되었다
역사와 세계의 뼈다귀가 없는
고개를 수그리고 등을 구부린 채 내 안에 긴 빨대를 들이밀고
더 이상 빨려올라올 것도 없는 나 자신이라는 얕은 바닥만 비잉빙 휘저어대고 있었다
- 『평범에 바치다』(문학과지성사, 199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