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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라] 장항선 무궁화/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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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6회 작성일 2025-04-20 10:27: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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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선 무궁화/이사라

장항선은 서울역을 천천히 떠난다
무궁화열차가 한 점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뭉클거리는 구름의 나라에도 레일은 있어
뭉쳐본 적 없는 두 줄기 눈물은 있어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의 역사를 품고
붕붕 뜬 간이역을 지나간다
나팔꽃 몇 줄기 엉켜올라가는 낡은 역사를 더듬는
구름 나그네
죽음과 삶의 수신호자인 역무원의 눈에 띄지 않아도
레일은 흐르고
오랜 매듭 풀리듯 나른한 오후

장항선은 제멋대로 구름 속으로 길을 만들며 간다
키 작은 담장 너머의 살림들이 정겨운 레일 밖 세상
키 작은 구름 사람들을 무궁화처럼 피워올린다
무궁화 이름의 행보로 느릿느릿
살고 싶게 한다
미루나무에게 들풀들이 달려가 안기는 동안
한쪽 마음마저 스르르 무너지는
푸른 7월
아름다운 것에 관해 말할 줄 모르는 나도
입술을 달싹거린다
장항선 무궁화나라의 시민처럼

- 『가족박물관』(문학동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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