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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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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역에서 기차가 운다, 뽕뽕, 하고 운다, 우는 것은 기차인데
울음은 멀리까지 번지게하는 것은 철길이다, 늙은 철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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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늙은 것의 등뼈를 타고 사과궤짝과 포탄을 실어나른 적 있다
허나, 발갛게 달아오른 기관실을 남쪽 바닷물에 처박고 식혀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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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이며 여수 따위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반하지 못했으므로
단 한 번도 탈선해 보지 못했으므로 기차는 저렇게 서서 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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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이란, 멀리 가보고 싶어 자꾸 번지는 울음소리를
땅바닥에 오롯이 두 줄기 실 자국으로 꿰매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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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바깥의 혁명도 기차를 구하지 못했다
철길을 끌고 다니는 동안 서글픈 적재량이 늘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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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끌고 다닌 모든 길이 기차의 감옥이었다고
독방이었다고, 그 안에서 왔다갔다하면서 저도 녹슬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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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검은 눈을 끔벅끔벅하면서 기어이
철길에 아랫배를 바짝 대고 녹물을 울컥, 쏟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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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