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허수아비가 되어/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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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가 되어/안도현
내 어깨에 낫을 꽂지 마
언제부터인가 종일 바람에 몸 기대는 버릇이 생겨
바람 곤장 삼백 대에 무릎 살 잃고
이렇게 흔들거리며 걸어간다
이렇게 두 손 들고 걸어간다
이렇게 두 눈 뜨고 걸어간다
홀로 서서 지켜 온 이 들판에 지금껏
남아 내 몫이 된 것은
아무도 살지 않는 저무는 하늘, 흰 옷자락과 눈물
이 고장 아이들 가뭄 배꼽에 때끼듯
논배미에 조심조심 드러눕는
살얼음아, 눕지 말고 가자
겨울 온다
어서 가자 그리움 밖으로
사람아
다시는 나를 아비라고 부르지 마
- 『서울로 가는 전봉준』(문학동네, 2004)
내 어깨에 낫을 꽂지 마
언제부터인가 종일 바람에 몸 기대는 버릇이 생겨
바람 곤장 삼백 대에 무릎 살 잃고
이렇게 흔들거리며 걸어간다
이렇게 두 손 들고 걸어간다
이렇게 두 눈 뜨고 걸어간다
홀로 서서 지켜 온 이 들판에 지금껏
남아 내 몫이 된 것은
아무도 살지 않는 저무는 하늘, 흰 옷자락과 눈물
이 고장 아이들 가뭄 배꼽에 때끼듯
논배미에 조심조심 드러눕는
살얼음아, 눕지 말고 가자
겨울 온다
어서 가자 그리움 밖으로
사람아
다시는 나를 아비라고 부르지 마
- 『서울로 가는 전봉준』(문학동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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